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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멘터리] 14개의 산 리뷰 : 불가능은 누구의 말이었을까 (줄거리, 감상평, 메시지, 몰입 포인트]

by globalizing 2025. 5. 15.

14개의 산 리뷰 썸네일

 

14개의 산: 불가능은 없다(14 Peaks: Nothing is Impossible)는 제목 그대로, '불가능'이라는 단어에 도전하는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은 네팔 출신 산악인 니르말 푸르자(Nimsdai Purja)가 히말라야 8,000m 이상 고봉 14좌를 단 7개월 만에 등반한 실화를 따라간다. 이전까지  기록은 7년이었다. 그는 그것을 7개월로 단축했다. 하지만 이 다큐가 감동적인 이유는 단순한 수치나 기록이 아니다. 그 속에 담긴 정신, 인간의 한계에 대한 재정의, 그리고 ‘그는 왜 이걸 하는가’라는 질문이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1. 줄거리: 단지 산이 아니라, 벽과 싸운 여정

니르말 푸르자는 네팔 군 특수부대 출신으로,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마음속엔 늘 '도전'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자란 히말라야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고봉 14개를 단기간 내에 등반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의 목표는 단순한 '완등'이 아니라, 네팔 산악인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거칠다. 자금 문제, 정부의 허가, 기상 악화, 팀원들의 건강 문제까지. 등반 그 자체보다 더 큰 벽은 이 모든 외부의 장애물이다. 푸르자는 중간에 위험한 결정들을 내리기도 하고, 다른 등반팀의 구조를 도우며 시간을 잃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카메라는 직접 담아낸다.

 

2. 감상: 그가 보여준 건 근육이 아니라 믿음이었다

이 다큐는 산의 웅장함만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작으면서도 동시에 위대한지를 보여준다. 푸르자의 눈빛, 거친 숨, 동료들과의 농담, 어머니와의 통화. 이런 장면들이 쌓이며 우리는 점점 그를 응원하게 된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안나푸르나에서 구조 작전을 자처하는 대목이다. 그는 자신의 프로젝트 일정이 엉망이 될 수 있음에도, 다른 등반객의 생명을 위해 산에 오른다. 그 모습은 단지 강한 남자가 아니라, 타인을 향한 강한 책임감의 표현이었다. 감정적으로 가장 울컥했던 건 어머니와의 장면이다. 푸르자는 어린 시절 가난 속에서 자라며 어머니의 희생을 지켜봤고, 그녀가 병상에 누워 있을 때도 그는 산을 오르며 영상 메시지를 남긴다. 그 순간, 등반은 더 이상 '개인적 업적'이 아닌, 인생 전체를 건 헌사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때로 도전을 거창하게 생각하지만, 그에게 도전은 '내가 나에게 약속한 어떤 것'을 지키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한 등반 다큐가 아니라, 한 인간의 철학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3. 메시지: 불가능은 누구의 말이었는가

푸르자는 다큐 내내 '불가능은 다른 사람이 정한 한계'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몸담았던 영국 특수부대에서도, 국제 산악계에서도 편견을 마주해야 했다. 네팔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스폰서를 구하기 어려웠고, 사람들은 그의 시도를 무모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그는 결과로 증명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불가능은 곧 누군가의 기준일 뿐'이라는 점을 세상에 알렸다. 이 메시지는 산을 오르지 않아도, 우리 각자의 삶에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수많은 일들도, 어쩌면 누군가의 말일 뿐이라는 것이다.

 

4. 몰입 포인트: 드론이 잡아낸 하늘 아래의 고독

기술적으로도 이 다큐는 매우 뛰어나다. 드론과 POV 카메라로 촬영된 고봉의 풍경은 경외감마저 들게 한다. 하늘과 맞닿은 설산 위, 작게 서 있는 푸르자의 모습은 우리가 ‘도전’이라는 단어를 오해하고 있었다는 걸 알려준다. 도전은 경쟁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대화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이 다큐가 주는 긴장감은 ‘실제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 크게 다가온다. CG도, 연기도 없다. 숨소리, 얼음 깨지는 소리, 헬기 날아가는 소리 모두가 ‘지금’의 진짜 기록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이 영화는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밖에 없다.

 

5. 결론: 가능성을 증명하는 방식에는 말보다 발걸음이 있다

14개의 산은 끝까지 보지 않고는 결코 그 진심을 다 알 수 없는 영화다. 초반에는 ‘와 대단하다’는 감탄에서 시작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마음 깊이 울리는 감동으로 바뀐다. 이 영화는 '도전'을 말하는 다큐가 아니다. '믿음'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우리는 세계 곳곳의 이야기와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그런 이야기들이 내 일상에 조용한 불씨를 놓고 간다.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에게도, 이 영화는 그런 불씨가 될 수 있다. '불가능'이라는 단어에 너무 쉽게 고개를 숙여왔던 우리에게 말이다. 기회가 되면 꼭 감상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