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어느 디자이너의 집착( Abstract: The Art of Design), 2017 》은 세계적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토프 니만의 삶과 작업을 따라가는 시즌 1의 첫 번째 에피소드다.
이 시리즈는 디자이너, 건축가, 사진가 등 창의적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내면과 사고방식을 조명한다. 그중에서도 크리스토프 니만 편은 시각적 상상력, 강박, 유머, 일상의 관찰력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창의성이란 결국 어떤 ‘집착’에서 비롯되는 건 아닐까?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자.
1. 줄거리: 뉴욕에서 베를린까지, 한 디자이너의 작업실
다큐는 크리스토프 니만의 베를린 스튜디오에서 시작된다. 그는 뉴요커 커버 일러스트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한 아티스트다. 하지만 카메라가 비추는 그의 일상은 놀라울 만큼 평범하다.
매일 책상에 앉아, 끊임없이 스케치하고, 실험하고, 버린다. 아이디어는 번쩍 떠오르는 게 아니라,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집착적으로 생각하고, 끊임없이 바꾸며, 그 과정을 '생각하는 노동'이라 부른다.
중간중간 그의 과거 작업, 뉴욕 시절, 가족과의 대화, 그리고 아이디어 노트를 통해 그의 창작 세계가 어떻게 쌓여왔는지를 보여준다.
2. 나의 감상평: 완벽하게 보이지만, 불안으로 그려진 그림
이 다큐가 좋았던 이유는, ‘천재’로 보이는 사람도 결국 나처럼 책상 앞에 앉아 씨름한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니만은 말한다. “아이디어는 눈앞에 있지만, 나만 못 보고 있는 것 같다.” 그 말에 이상하게 위로를 받았다.
특히 흥미로웠던 건 그의 시각 실험 방식이다. 식탁 위 포크나 전구, 도넛 같은 일상 사물을 가지고 그림을 만들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은 창작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단순한 위트가 아니라, 깊은 관찰과 탐색의 결과였다.
나는 특히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클 때 이 영상을 봤는데, 오히려 그 불완전함을 드러내는 니만의 모습이 더 창의적으로 느껴졌다. 완성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
3. 이 작품이 묻는 질문: 창의성은 타고나는 걸까, 훈련일까?
다큐를 보다 보면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창의력은 재능일까, 습관일까?” 니만은 분명 재능이 있지만, 그보다 더 크게 보이는 건 습관과 태도다. 그는 매일 아침 일어나 같은 시간에 책상 앞에 앉는다. 실패한 스케치도 보관하고, 하루 종일 단 하나의 이미지에 몰두한다. 이건 감각이라기보다 훈련에 가깝다.
결국 창의성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영감이 아니라, ‘나오지 않더라도 계속 앉아 있는 힘’이라는 걸 이 다큐는 보여준다.
4. 기억에 남는 장면: 뉴요커 표지의 단 하나의 선
크리스토프 니만이 뉴요커 커버에 선 하나를 그리는 장면이 있다. 그 선은 마치 지하철 노선 같기도 하고, 흐름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는 말한다. “이 선 하나에 얼마나 많은 생각이 담겼는지,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그 한 마디가 깊게 남았다. 우리는 결과만 보기 쉽지만, 그 ‘선 하나’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이야말로 창작의 본질이다. 그걸 지켜보는 동안 묘하게 먹먹해졌다.
5. 정리하며: 창의성은 완벽함이 아니라 끈기다
《어느 디자이너의 집착》은 화려한 영감의 세계가 아니라, 생각과 실패, 반복과 버팀의 연속이라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것이 오히려 더 창의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 모두 그런 과정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하지 않더라도, 이 다큐는 ‘창조하는 모든 사람’에게 위로가 된다.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삶을 살고 있다면, 이 40분은 반드시 한 번쯤 마주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