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에 가득한 세일 팻말, 클릭 한 번으로 도착하는 택배, 넘쳐나는 옷과 전자기기. 익숙한 이 풍경 속에서, 이 다큐는 조용히 묻는다. "이 모든 게 당신을 정말 행복하게 만들고 있나요?"
《미니멀리즘: 단순하게 사는 사람들》은 삶을 단순하게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집을 줄이고, 물건을 줄이고, 심지어 인간관계까지 줄여가며 삶의 본질을 되찾고자 하는 사람들. 그들의 일상은 겉보기엔 삭막해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의 따뜻함과 명확한 이유가 있다.이 글에서는 줄거리와 감상평,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 인상적인 장면까지 차분히 정리해본다.
1. 줄거리: '덜 갖는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
이 다큐멘터리는 조슈아 필즈 밀번과 라이언 니커디머스라는 두 친구의 삶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미국의 소비 중심 사회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아가는 '미니멀리즘'을 선택했고, 그 철학을 담은 책과 팟캐스트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해왔다.
영화는 그들의 전국 투어를 따라가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극단적 미니멀리스트, 작은 집에 사는 가족, 기술을 끊고 살아가는 디지털 디톡서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덜 갖는 삶’을 실천하며, 그 안에서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을 찾아간다.
이 다큐는 단순히 미니멀리즘을 예찬하지 않는다. 그것이 '행복의 유일한 답'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도록 유도한다.
2. 감상평: 맥시멈 인간이 바라본 미니멀의 세계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물건이 많다. 전자기기를 좋아하고, 같은 옷을 다른 색으로 사며, 책상 위는 늘 뭔가로 가득하다. 그래서 이 다큐는 처음부터 조금 불편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불편함이 계속 나를 끌어당겼다.
이 다큐가 말하는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물건을 줄이자’는 게 아니었다. ‘그 물건이 당신에게 어떤 가치를 주느냐’가 핵심이었다. 공간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확보하는 일. 그걸 듣고 나니 나도 책상 위에 쌓인 물건 중 몇 개쯤은 내려놓고 싶어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어떤 미니멀리스트가 “나는 더 이상 쇼핑몰에 갈 필요가 없다”고 말할 때였다. 그 말이 ‘나는 더 이상 나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는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그건 꽤 멋있었다. 나와는 반대지만,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3. 이 작품이 묻는 질문: 우리가 소유하는 것이 곧 나인가?
우리는 옷, 차, 집, 심지어 SNS 팔로워 숫자로도 자신을 증명하려 한다. 이 다큐는 그 당연해 보였던 기준에 물음표를 던진다. “당신은 왜 그 물건을 샀나요?” “그건 정말 당신에게 필요했던 건가요, 아니면 다른 누군가를 위한 소비였나요?”
이 다큐는 그것이 정답이라는 듯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미니멀리즘의 얼굴을 보여주며, 관객 스스로 삶의 균형점을 찾게 만든다.
4. 기억에 남는 장면: 텅 빈 방에서 웃고 있던 남자
아무것도 없는 방에서, 작은 소파에 앉아 책 한 권을 읽던 남자. 텔레비전도, 커튼도, 장식도 없었다. 그런데 그는 무척 평온해 보였다. 그 장면이 오래 남았다. 물건이 없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것에 끌려가지 않는 모습. 그걸 보며 ‘비우는 것’이 때로는 능력이라는 걸 느꼈다. 나는 아직 그 능력이 부족하지만, 그걸 갖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다.
5. 정리하며: 꼭 줄이지 않아도, 다시 생각해볼 수는 있다
《미니멀리즘: 단순하게 사는 사람들》은 불필요한 것을 줄이고, 본질에 집중하자는 말로 끝맺는다. 하지만 그 말은 ‘소유를 부정하라’는 게 아니다. 오히려 ‘당신에게 정말 중요한 게 뭔가요?’라고 묻는 질문에 가깝다.
나는 여전히 맥시멈 인간이다. 물건도 많고, 소비도 좋아한다. 하지만 이 다큐를 보고 나니 가끔은 멈춰서 생각해볼 수 있게 됐다. ‘이건 정말 나를 위한 선택인가?’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이 다큐는 꽤 많은 걸 비워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