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넷플릭스 다큐 어느 디자이너의 집착] 이소 데블린 : 공간은 감정을 연출한다

by globalizing 2025. 5. 22.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어느 디자이너의 집착 – 이소 데블린 편》(2017, Abstract: The Art of Design – Es Devlin)은 세계적인 무대 디자이너 이소 데블린의 창의적 사고와 시각적 상상력을 따라간다.

 

칸예 웨스트, 아델, U2, 비욘세의 공연 무대 뒤에는 늘 그녀가 있다. 공간, 조명, 음향, 그리고 감정까지 설계하는 이소 데블린의 작업은 단순한 '무대 디자인'을 넘어서 하나의 감각적 경험으로 확장된다. 무대란 단지 사람이 올라서는 곳이 아니라, 감정을 비추는 또 하나의 인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보여준다.

 

1. 줄거리: 빛, 사운드, 감정이 만나는 무대

다큐는 이소 데블린의 런던 작업실에서 시작된다. 온통 종이 모형과 LED 패널, 스케치로 가득한 공간은 마치 공연 전 리허설 무대를 보는 듯하다. 그녀는 공연 디자이너로서 아티스트의 음악과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한다.

 

그녀의 작업은 단순히 무대를 꾸미는 것이 아니다. 음악이 가진 정서, 아티스트의 세계관, 관객이 느끼게 될 감정을 모두 고려해 무대를 ‘디자인’한다. 이를 위해 건축, 조명, 영상, 설치미술까지 폭넓은 영역이 융합된다. 특히 칸예 웨스트의 공연 무대나 오페라 연출 장면은 그녀의 창의력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녀는 말한다. “공간은 사람의 감정을 증폭시킬 수 있다.”

 

2. 감상평: 무대는 언어보다 먼저 감정을 건넨다

공간은 사람의 감정을 증폭시킬수있다. 이 말이 기억이 남는다. 이소 데블린을 보고 있자면, ‘공간’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느껴진다. 그녀의 무대는 정지된 구조물이 아니라, 움직이는 감정 그 자체다. 음악이 시작되기 전 무대 조명이 바뀌는 순간, 이미 관객의 마음은 열린다. 그 섬세한 타이밍과 심리적 설계를 디자인으로 구현해내는 그녀의 감각은, 창의성 그 이상의 몰입이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그녀의 ‘시작점’이다.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손바닥만 한 종이에서 시작된다. 연필로 그린 선, 가위로 자른 종이 조각, 탁자 위 모형들. 이 평범한 재료들이 거대한 스타디움 공연으로 확장되는 과정이 정말 아름다웠다.

창의성이란 거창한 게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가능한 것’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태도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3. 이 작품이 묻는 질문: 우리는 어떤 공간에서 감정을 느끼는가?

이 다큐는 단순히 한 디자이너의 성공 스토리를 담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공간에 있을 때 가장 솔직해지나요?” “당신의 감정을 북돋는 환경은 어떤 모습인가요?”

 

무대는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장소다. 그리고 이소 데블린은 그 공간을 ‘보이지 않는 감정의 지형도’처럼 다룬다. 조명이 조금 달라졌을 뿐인데 관객의 몰입이 달라지고, 무대의 깊이가 바뀌었을 뿐인데 감정이 증폭된다. 이 모든 건 공간을 통해 사람의 감정에 다가가려는 시도의 결과다.

 

4. 기억에 남는 장면: 물의 움직임을 재현한 오페라 무대

오페라 무대에서 물결이 실제처럼 움직이는 장면이 있다. 영상이 아니라, 빛과 천, 그리고 소리의 조합만으로 이루어진 연출이었다. 그 장면을 보는 관객의 표정이 카메라에 비치는데, 마치 진짜 바다를 마주한 듯한 눈빛이었다.

그 순간 느꼈다. 무대는 환상이 아니라, 감정을 설계하는 구조물이라는 걸. 현실보다 더 진짜 같은 상상이 가능하다는 걸. 그리고 그걸 현실로 바꾸는 이소 데블린의 집요함이 곧 예술이라는 걸.

 

5. 마무리 : 창의성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형태로 만드는 일

《어느 디자이너의 집착 – 이소 데블린 편》은 시각 예술의 본질을 조용히 보여준다. 그녀는 사람의 감정을 조형물로 바꾸고, 무대 위에 마음을 투사한다. 그 과정은 때로 과학 같고, 때로 마법 같지만, 가장 놀라운 건 그것이 모두 ‘사람’에 대한 깊은 관찰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소 데블린은 결국 말한다. “감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설계하는 사람.” 이 다큐는 창의성의 또 다른 얼굴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45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