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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리뷰 : 웃기지도 않은 세상에서의 유쾌한 생존법

by globalizing 2025. 5. 16.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썸네일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은 아이들이 주인공이지만,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라고만 하기엔 어딘가 모르게 어둡고 이상하다. 부모를 잃은 세 남매가 어른들의 무관심과 탐욕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남는 이야기인데, 그 서사는 마치 불행을 수집하듯 이어진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보는 동안 따뜻해지고, 마지막엔 묘한 위로가 남는다.

 

영화는 “행복한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고 경고하며 시작한다. 하지만 정말로 멈춰야 할 사람은 관객이 아니라, 이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린 어른들이다. 이 이야기는 어른들이 망친 세상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현명하고 용감하게 살아남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선언처럼 느껴진다. 이 글에서는 줄거리, 감상평, 메시지와 인상 깊은 장면을 중심으로 이 작품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1. 줄거리: 아이들을 괴롭히는 건 어른의 무심함이다

보들레어 3남매는 부모를 화재로 잃고, 친척이라는 이유로 자신들을 돌보게 된 올라프 백작의 집에 맡겨진다. 하지만 올라프는 아이들의 유산을 노리는 탐욕스러운 악당이다. 그는 아이들을 통제하려 하고, 유산을 가로채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남매는 그곳에서 탈출하지만, 이후로도 다른 친척들의 집을 전전하며 각기 다른 위험에 노출된다. 그러나 그 모든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지식, 재치, 용기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부모의 죽음에 얽힌 비밀도 점차 드러나고, 아이들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능동적인 생존자로 성장한다.

 

2. 나의 감상평: 어른이 되어서야 보이는 이야기의 진짜 마음

어렸을 땐 그저 기괴한 이야기로 보였다. 하지만 다시 보았더니, 이 영화는 ‘어른이 된 지금’ 더 많이 이해되는 이야기다. 어른이면서도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 규칙을 앞세워 무능을 감추는 인물들, 그리고 그런 세상 속에서 아이들이 어떻게든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상황. 세 남매는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는다. 바이올렛은 발명으로, 클라우스는 책으로, 써니는 놀라운 이로 물어뜯으며. 그리고 그 방식은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흉내 내지 않는다. 대신, 자신들만의 논리로 살아간다. 그 모습이 유쾌하면서도 찡했다.

 

짐 캐리가 연기한 올라프 백작은 너무도 우스꿍스럽지만 동시에 무서운 존재다. 그 어정쩡한 경계는 오히려 현실에서 마주하는 ‘말은 웃기지만 행동은 위험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유머와 위협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 영화의 정서는 현실과 꽤 닮아 있다.

 

3. 이 작품이 묻는 질문: 당신은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이었는가

이 영화는 어른의 무능과 무책임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경찰도, 보호자도, 이웃도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다. 그리고 오직 아이들만이 서로를 지킨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동화적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주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아이들의 세상을 더 나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있었던 걸까?’

영화는 이런 질문을 소리 내어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올라프의 가면과, 주변 어른들의 무심한 표정들이 그 질문을 아주 강하게 전달한다.

 

4. 기억에 남는 장면: 아이들이 혼자 식탁에 앉아 있는 풍경

조용한 집, 커다란 식탁, 그리고 그 끝에 나란히 앉아 있는 세 남매. 어른들은 부재하고, 위협은 언제 닥칠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저 자신들끼리 식사를 나눈다. 그 장면은 이상하게도 가장 따뜻하게 느껴졌다.

 

세상은 불친절하지만, 그 안에서 함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삶은 계속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작은 의자 세 개, 조용한 수저 소리, 그리고 나누는 눈빛. 아무 말 없이도 서로를 지키고 있다는 느낌이 이 영화의 진심처럼 느껴졌다.

 

5. 정리하며: 웃음기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은 결코 즐겁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어둠 속에서 이상한 안도감을 준다. 아이들의 기지가 단순히 극복 서사의 도구가 아니라, 진짜 생존 전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면서 웃음을 잃어버린 우리에게 이 영화는 묻는다. '너는 지금 어떤 얼굴로 아이들을 보고 있느냐'고. 불행이 겹치고 위협이 닥쳐와도, 서로를 지킬 줄 아는 마음. 어쩌면 우리가 그 마음 하나는 배워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