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지 않으면,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다.” 그건 땅만의 얘기가 아니다. 꿈도, 희망도, 사람도 그렇다.
더 보이 후 하니스드 더 윈드 (2019, The Boy Who Harnessed the Wind)는 말라위의 한 소년이 실제로 경험한 이야기다. 학교에 갈 수 없고, 식량이 바닥나고, 가족이 해체되어가는 순간 속에서, 그는 풍차를 만들어 마을에 물을 공급한다. 이 영화는 거창한 영웅 서사가 아니다. 아주 작고, 그래서 더 위대한 생존과 성장의 이야기다.
이 글에서는 이 영화의 줄거리, 감상평, 중심 메시지, 그리고 오래 남는 장면들을 소개한다.
1. 줄거리: 물이 끊긴 마을, 책을 읽는 소년
주인공 윌리엄은 말라위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13살 소년이다. 가난하지만 호기심이 많고, 손재주가 뛰어나다. 그는 폐자전거 부품을 모아 라디오를 고치고, 부러진 전등을 살려내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점점 마을은 가뭄과 기근으로 고통받기 시작한다. 학교 수업은 중단되고, 가족의 농장은 버티지 못한다. 윌리엄은 학교에도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되지만, 포기하지 않고 몰래 도서관에 드나들며 '풍력 발전'에 관한 책을 읽는다.
그는 마을 사람들의 반대 속에서도 버려진 자전거, 전선, 부품을 모아 풍력발전기를 만들기 시작한다. 처음엔 아무도 그를 믿지 않지만, 그의 풍차가 돌아가는 순간, 마을에는 다시 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2. 감상평: 조용하지만 분명한 감동
이 영화는 눈물이나 감정의 폭발로 관객을 흔들지 않는다. 대신, 조용하고 단단한 서사로 조금씩 마음을 파고든다. 주인공 윌리엄은 말이 많지 않다. 하지만 그의 눈빛과 행동에서 전해지는 믿음과 집중력은 어떤 대사보다 깊다. 특히 아버지와의 갈등은 이 영화의 정서적 중심축이다. 아버지는 현실을 지키려 하고, 아들은 미래를 믿는다. 두 사람 모두 옳지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다 풍차가 돌아가는 순간, 아버지는 처음으로 아들을 온전히 바라본다. 그 장면에서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카메라가 인물의 삶을 너무도 따뜻하게 담아낸다. 먼지 날리는 들판, 흙 묻은 손, 허기진 식사. 그런 현실적 장면들 속에서도 영화는 끝내 절망하지 않는다.
3. 이 작품이 묻는 질문: 배움은 누구의 권리인가
윌리엄은 배우고 싶어도 학교에 다닐 수 없다. 책을 보기 위해 교복을 빌려 입고, 몰래 도서관에 숨어든다. 영화는 대놓고 '교육의 중요성'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윌리엄의 행동은 그 자체로 가장 강한 메시지다.
“가난은 우리의 삶을 결정할 수 없다.” “배움은 누군가에게 허락받아야 할 권리가 아니다.” 이 영화는 교육, 기회, 기술, 그리고 믿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4. 기억에 남는 장면: 풍차가 돌아가는 순간
폐자전거로 만든 풍차가 돌아가는 장면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그것은 단지 기계가 작동한 장면이 아니다. 가족의 믿음, 마을의 희망,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세운 가능성의 증거다.
돌아가는 풍차 날개는 마치 “우리는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비록 작고 낡은 부품들이지만, 그 안에 들어간 건 의지와 믿음이었다. 그 장면 하나로 영화 전체가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5. 정리하며: 바람이 분 것은, 누군가가 일으켰기 때문이다
《더 보이 후 하니스드 더 윈드는 거창한 서사의 드라마는 없다. 하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깊다. 세상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한 소년이 일으킨 바람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닿고 있을지 모른다. 이 영화는 묻지 않는다. 그냥 보여준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우리 스스로가 답을 찾게 만든다. 조용한 감동을 원한다면, 이 작품은 분명 오래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