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스페인 영화 더 플랫폼(The Platform)은 간단한 설정으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수직 구조의 수용소 안에서, 위층에서부터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식사를 통해 계층 사회의 단면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이 영화는, 처음에는 공포처럼 시작되지만 끝내 철학으로 나아간다.
SF 장르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이 영화의 핵심은 상상력이 아니라 현실이다. 극단적으로 압축된 시스템 속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위해 살아남아야 하는가. 이 단순하지만 묵직한 질문은 영화가 끝나고도 쉽게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번 포스팅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플랫폼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줄거리: 아래층이 되기 전까진 알 수 없는 일
주인공 고렝은 자발적으로 ‘구멍(the Hole)’이라 불리는 수직형 감옥에 들어간다. 한 층에 두 명씩 배치되어 있으며, 수직으로 수백 층이 존재한다. 하루 한 번,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식탁이 맨 위층에서부터 아래로 이동하며 음식을 배급한다. 문제는 위층에서 음식 대부분을 소비하면, 아래층에는 거의 남지 않는다는 것.
층수는 한 달마다 무작위로 바뀐다. 오늘은 위층이었지만, 내일은 맨 아래층이 될 수도 있다. 이 시스템 속에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갈등하고, 포기하고, 혹은 싸운다. 누군가는 남겨야 한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그럴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고렝은 이 안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2. 감상평 : 단순한 구조 속, 복잡한 인간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인물의 심리 변화가 더 극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제한된 공간, 반복되는 시간, 예측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어떤 감정과 판단으로 살아가는지를 지켜보는 일은 생각보다 몰입감이 강하다.
고렝은 철학서 한 권을 들고 들어왔고, 그의 첫 번째 룸메이트는 칼을 가져왔다. 이 설정만으로도 두 인물의 가치관 차이가 명확하다. 철학과 생존. 이상과 현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점점 변화하는 고렝의 모습은 이 영화를 단순한 서바이벌 장르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3. 주제: 모두에게 충분하지만, 모두를 위한 시스템은 아니다
더 플랫폼은 배급 시스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시스템 안에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현실이 달라진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위층 사람들은 자신이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기적인 선택을 반복하고, 아래층 사람들은 희망을 잃고 무력감에 빠진다.
이 영화는 극단적인 환경을 통해, 실제 우리가 사는 사회 구조의 단면을 보여준다. 정보, 자원, 기회. 그것들이 공평하게 존재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위쪽에서 더 많이 점유하고 소비된다. 그리고 아래층에 있는 사람은 그 구조가 ‘불공정하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알게 된다.
4. 몰입 포인트: 공포보다 더 무서운 것은 체념
이 영화의 진짜 공포는 위협적인 상황 그 자체가 아니다. 사람들의 감정이 마모되고, 공감 능력이 사라지며, 점점 ‘나는 괜찮아’만을 반복하는 순간들이 가장 서늘하게 다가온다. 고렝이 몇 개월을 지나며 인간적인 감정과 원칙을 하나씩 놓는 장면들은 조용히 무너지는 한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후반부에 등장하는 ‘메시지’에 대한 이야기는 관객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린다. "당신이 그 시스템 안에 들어간다면, 과연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매우 불편하지만, 이 영화의 핵심이기도 하다.
5. 결론: 나눔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더 플랫폼은 해석하기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는 작품이다. 생존 게임처럼 볼 수도 있고, 사회 풍자극으로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관점에서 보든 중요한 건 결국 ‘사람’이다.
영화는 대놓고 결론을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열린 결말 속에서 관객이 스스로 해석하고 질문을 이어가길 바란다. 그리고 그 질문은 단순하다. “당신은 위층에 있을 때, 무엇을 나눌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