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핀처》(2020, The Half of It)는 전형적인 삼각관계 로맨스로 시작하지만, 곧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 영화는 사랑에 빠진다는 감정보다, ‘사랑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에 더 가까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중국계 미국인 소녀 엘리 추의 시선을 따라, 우리는 우정, 가족, 언어, 이민자 정체성,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함께하게 된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울림이 있는 성장 영화.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자.
1. 줄거리: 대필 편지로 시작된 낯선 연결
엘리 추는 성적 우수자이지만, 학교에선 친구도, 존재감도 거의 없는 인물이다. 그녀는 돈을 벌기 위해 다른 학생들의 에세이와 숙제를 대필해준다. 어느 날, 풋볼 선수 폴이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한 여자아이에게 고백 편지를 써달라는 것.
엘리는 처음엔 망설이지만, 결국 익명의 편지 작성을 시작한다. 그런데 점점 편지를 주고받으며, 엘리는 그 여자아이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다. 반면, 폴은 편지 덕분에 자신도 모르게 감정을 키운다.
세 사람의 관계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서, 서로를 통해 ‘자신’을 발견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2. 감상평: 고백보다 이해가 먼저 오는 이야기
이 영화는 정말 조용하다. 대사 하나, 편지 한 줄, 표정 하나에 감정이 담겨 있다. 말이 적은 엘리지만, 그녀가 쓰는 글에는 모든 것이 녹아 있다. 마음을 숨기는 데 익숙한 사람이, 타인의 마음을 대신 써내려가는 아이러니가 이 영화의 시작점이다.
엘리와 폴의 관계는 예상과 달리 '우정'으로 깊어진다. 서로의 세계가 너무 다르지만, 묘하게 닮아 있다. 고립되어 있고, 표현에 서툴고, 사랑이 낯설다. 그래서 이 둘의 교감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애쓴다는 점이 감동적이었다.
3. 이 작품이 묻는 질문: 우리는 왜 사랑하는가, 그리고 누구를?
영화는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명확히 던진다. 엘리의 나레이션은 이렇게 말한다. “사랑은, 누군가를 보게 되는 일이다. 진짜로.”
이 말은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이 ‘소유’나 ‘이해’보다 ‘존중’과 ‘인정’에 가까운 것임을 말해준다. 이 영화는 사랑을 결론짓지 않는다. 대신, 사랑을 배우는 과정을 보여준다. 감정의 주인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질문과 오해가 필요한지를 천천히 따라간다.
4. 기억에 남는 장면: 자전거를 타고 나란히 달리던 순간
폴과 엘리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처음으로 마음을 터놓는 장면이 있다. 두 사람은 함께 웃고, 숨을 헐떡이며, 조용히 마음을 연다. 특별한 말은 없지만, 이 장면엔 신뢰와 우정, 서로를 향한 존중이 담겨 있다. 어린 시절 친구와 함께 나란히 자전거를 탄 기억이 있다면 더 와닿을 것이다.
이 영화의 정서는 바로 그런 순간에 있다. 폭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사소한 순간의 감정. 그 안에서 우리는 누군가와 연결되고, 나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5. 정리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대신, 사랑을 배우는 영화
《더 핀처》는 우리가 흔히 보는 청춘 로맨스와 다르다. 이 영화는 고백보다는 ‘침묵’을 말하고, 연애보다는 ‘이해’를 이야기한다. 엘리 추는 결국 누군가를 완전히 얻지 못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을 더 잘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사랑이란, 때론 우리가 ‘반’쯤 이해한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나머지 반을 채워가는 게 삶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