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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펭귄 블룸 리뷰] 다시 날 수 있을까, 우리 둘 다

by globalizing 2025. 5. 28.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펭귄 블룸》(2020, Penguin Bloom)은 한순간의 사고로 삶이 송두리째 바뀐 여성과, 날지 못하게 된 한 마리 새가 서로의 존재를 통해 회복을 시작하는 실화 기반 감성 드라마다.

 

이 영화는 단지 감동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실감, 무기력, 그리고 다시 살아가려는 마음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조용히 가슴을 울린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펭귄 블룸입니다. 

 

1. 줄거리: 추락 이후, 날개를 잃은 두 생명

샘은 남편과 세 아이와 함께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던 여성이다. 어느 날, 가족과 함께 떠난 태국 여행 중 갑작스러운 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는다. 그 이후, 그녀의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일상적인 행동은 물론, 가족과의 교감조차 어려워진 그녀는 점점 자신을 잃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구조한 부상당한 까치 한 마리가 집에 들어오게 된다. 아이들은 그 새에게 '펭귄'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돌보기 시작한다.

 

펭귄은 날 수 없지만, 조심스럽게 집 안을 돌아다니며 샘의 곁에 머문다. 그리고 점차 샘은 그 작은 생명에게서 어떤 의지를 느끼게 된다. ‘나는 무력하지 않다’는, 잊고 있었던 감정이 다시 깨어나기 시작한다.

 

2.감상평: 펭귄은 새지만, 진짜 날개는 사람의 마음이었다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감동은 조용함 속에 있다. 샘의 절망은 과장되지 않고, 펭귄의 등장은 상징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는 동물과의 교감을 허구처럼 느낄 수 있겠지만, 이 영화에선 전혀 과장이 아니다. 작고 약한 생명이 주는 위로는, 말보다 강했다. 샘이 휠체어에 앉아 무력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펭귄의 깃털 한 움큼에 의해 바뀌는 과정은 너무도 섬세하고 진짜였다. 나도 어느 순간부터 그 펭귄이 단지 '새'가 아니라, 샘 자신의 또 다른 모습처럼 느껴졌다.

 

카메라의 시선도 참 따뜻했다. 푸른 해변, 아이들의 웃음, 창가로 비추는 햇살—이 영화는 절망을 그리면서도 삶의 아름다움을 놓지 않는다. 그래서 더 잊히지 않는다.

 

3. 이 작품이 묻는 질문: 상처 입은 우리는 다시 날 수 있을까?

《펭귄 블룸》은 이렇게 묻는다. “누군가의 회복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몸은 움직이지 않아도, 마음은 여전히 날 수 있는가?”

영화는 ‘극복’이라는 단어 대신 ‘함께 살아내는 법’을 말한다. 샘의 남편도, 아이들도, 펭귄도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그들은 함께 버틴다. 그것이 진짜 치유다.

 

4. 기억에 남는 장면: 샘이 처음으로 바다에 들어간 순간

샘은 휠체어를 타고 바다로 간다. 처음엔 물 앞에서 주저하지만, 가족의 도움으로 파도 속에 몸을 담근다. 얼굴에 닿는 바닷물, 귓가를 스치는 소리, 햇빛 아래 반짝이는 물결—그 순간 샘은 미소 짓는다.

그 장면은 단지 한 여성이 바다에 들어간 장면이 아니다. 그것은 ‘다시 삶에 들어가기’의 은유였다. 펭귄처럼 다시 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샘은 증명해낸다.

 

5. 마무리 : 펭귄과 샘, 우리 모두의 이야기

《펭귄 블룸》은 거창한 드라마도, 극적인 반전도 없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진실하다. 회복이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온다. 그리고 어떤 존재는 단지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다.

그 존재가 사람일 수도 있고, 아이일 수도 있고, 펭귄일 수도 있다. 이 영화는 결국, 모두가 한 번쯤은 넘어졌던 우리에게 속삭인다.

 

“괜찮아, 다시 날 수 있어.”